1. 서울에서 설악산으로: 여행의 시작
새벽 공기가 아직 차가운 서울, 이른 아침에 일어나 짐을 챙겼다. 설악산 국립공원으로 떠나는 날이라 설레는 마음이 크다. 보통 서울에서 설악산으로 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자가용을 이용하는 방법. 약 2시간 30분 정도면 설악산 소공원 입구까지 갈 수 있다. 둘째,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 동서울터미널에서 속초행 고속버스를 타면 약 2시간 30분 만에 속초에 도착한다. 속초에서 다시 설악산 국립공원까지 시내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셋째, KTX와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 청량리역에서 강릉선 KTX를 타고 강릉에 도착한 뒤, 속초행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루트도 있다.
나는 보다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자가용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침 6시에 서울을 출발하니 도로가 비교적 한산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쉬었다. 가을의 공기가 상쾌하고, 점점 물들어 가는 산의 풍경을 바라보며 설렘이 커졌다.
설악산 국립공원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의 풍경이 달라졌다. 굽이진 도로를 따라 단풍이 붉고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특히 한계령을 넘어갈 때는 창문을 열어놓고 시원한 공기를 만끽했다. 목적지인 설악산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침 9시경, 이미 많은 등산객들이 도착해 있었다.
2. 설악산 소공원에서 권금성까지: 가을 단풍 속 산책
설악산 국립공원은 다양한 등산 코스가 있지만, 오늘은 가볍게 권금성까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권금성은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정상에서 탁 트인 설악산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소공원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매한 뒤, 케이블카 매표소로 향했다. 주말이라 대기 시간이 조금 있었지만, 설악산의 공기를 느끼며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드디어 케이블카를 타고 위로 올라가면서 점점 넓어지는 풍경을 감상했다. 아래로 보이는 단풍이 마치 붉은 바다처럼 펼쳐져 있었다.
권금성에 도착해서 잠시 걸어 올라가면,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동해 바다와 속초 시내까지 한눈에 보이는 절경이 장관이었다. 가을바람이 살짝 차가웠지만,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앉아 걷기 딱 좋은 날씨였다.
권금성에서 내려와 설악산의 또 다른 명소인 신흥사로 향했다. 신흥사는 652년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로, 대웅전과 해수관음상 등 볼거리가 많다. 특히,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자리 잡은 사찰의 모습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신흥사 앞에서 잠시 쉬며 따뜻한 차를 마셨다.
3. 설악산에서 속초까지: 여행의 마무리
설악산을 떠나기 전, 설악동의 맛집을 찾아 점심을 먹기로 했다. 등산 후 먹는 음식은 더욱 맛있다. 설악산 근처에는 유명한 산채비빔밥집이 많다. 나는 들기름 향이 고소한 산채비빔밥과 된장찌개를 시켜 맛있게 먹었다.
속초에 왔으니 바다도 놓칠 수 없다. 설악산에서 차로 20분 정도 가면 속초 바다가 펼쳐진다. 나는 속초의 대표적인 명소인 속초 해수욕장과 영금정을 둘러봤다. 영금정에서는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가을 바람을 맞으니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다.
속초 중앙시장에 들러 닭강정을 포장해 가는 것도 빠질 수 없는 코스다. 유명한 만석닭강정을 사서 차에 싣고, 서울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어느새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실감하게 해줬다. 여행이 끝나가는 아쉬운 마음에 한동안 말을 아끼고, 그저 차의 엔진 소리와 도로를 달리는 리듬만을 느꼈다. 설악산에서의 하루는 내게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평소 도시의 바쁘고 복잡한 삶에 치여 지내다가 잠시 자연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설악산의 가을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멋졌다. 고요한 산 속에서의 등산은 마음속까지 깨끗하게 정리해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와 고요한 분위기는 마치 시간마저 멈춘 듯한 평화로움을 선사했다. 특히, 정상에서 바라본 산과 하늘의 풍경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인간은 정말 작은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설악산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자연을 즐기는 것만이 아니었다. 내가 찾은 산채비빔밥집에서 먹었던 따끈한 한 끼는 그 자체로 여행의 특별한 기억이 되었다. 힘든 등산 후,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음식의 맛은 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부분이었다.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여행의 추억과 그 지역의 문화가 담겨있는 느낌이었고, 여전히 그 맛을 떠올리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속초에서의 바다와 바람도 여행을 더욱 완성도 있게 만들어주었다. 설악산에서의 산행 후, 바다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은 참으로 달콤했다. 속초 해수욕장에서 느낀 바다의 넓음과 영금정에서의 바람은 내게 여유와 자유로움을 선사했다. 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나 자신이 정말 작고, 세상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그렇게 나를 울리기도 하고, 평온하게 해주기도 한다. 영금정에서 맞은 가을 바람 속에서, 나는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자연스럽게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내 마음만이 고요해지는 순간이었다.
속초 중앙시장에서 만석닭강정을 사서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차 안에서 먹으면서 느낀 감정도 잊을 수 없다. 여행의 마지막에 먹는 그 맛은 여행의 마무리를 감동적으로 장식해 주었다. 길게 뻗은 도로 위에서 즐긴 닭강정의 풍미는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 여행 중의 특별한 기분을 만들어 주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나는 여행 내내 느꼈던 감정을 되돌아보았다. 자연 속에서 보낸 시간은 내게 힐링을 주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여행은 단순히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다. 여행은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시간이다. 설악산에서의 시간은 나에게 쉼을, 속초의 바다와 시장은 소소한 즐거움과 위안을 주었다. 여행은 마음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기회가 되었고, 그동안 미처 놓쳤던 작은 행복들을 다시 느끼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제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하지만, 설악산과 속초에서 느낀 기분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때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설악산의 가을이 주었던 평화로움과 속초의 바다가 주었던 여유로움은 내 삶의 에너지가 되어, 앞으로도 힘든 일상 속에서 잠시 떠오를 것이다. 다시 한 번, 이 여행은 나에게 새로운 힘을 주었고, 다음에는 더 긴 시간 동안 여행을 떠나 나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지리라 다짐했다.
설악산 국립공원 여행 TIP
출발 시간: 서울에서 오전 6~7시 출발하면 여유롭게 여행 가능
추천 코스: 소공원 → 케이블카 → 권금성 → 신흥사 → 속초
먹거리: 산채비빔밥, 닭강정, 회
여행 소요 시간: 당일치기 가능하지만, 1박 2일 일정이면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