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기후 위기는 더 이상 경고가 아닌 현실이다. 끝나지 않는 여름과 사라진 계절, 식수 부족과 도시 침수는 일상이 되었고,
우리는 이제 ‘기후 변화 이후의 삶’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 글에서는 2025년 기후 위기 상황 속 사회의 모습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길어진 여름, 사라지는 계절
2025년, 한반도에 사계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봄과 가을은 한 달 남짓 잠깐 스쳐가는 정도이고, 여름은 무려 6개월 이상 지속된다. 과거엔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으면 뉴스가 보도할 정도였지만, 이제는 40도가 넘는 날이 일상이다. 온열질환 사망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학교는 7~8월 방학이 아닌 “폭염기 휴교”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도심의 아스팔트는 마치 프라이팬처럼 달아올라 사람들의 외출을 막고, 건물 안에서조차 에어컨의 냉방이 충분하지 않은 날이 빈번하다. 전력 수요는 폭증하고, 냉방비가 감당 안 되는 가구들은 더위를 그대로 견디며 ‘에너지 빈곤층’이 되었다.
기후 변화는 단지 ‘덥고 춥다’는 날씨의 문제가 아니다. 계절의 변화는 곧 농업, 식량, 에너지, 삶의 방식 전체를 뒤흔드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졌다.
2024년, 한국의 쌀 생산량은 평년 대비 28% 급감했다.
한여름 폭우로 인한 침수로 농지 유실, 겨울철 냉해가 없어 병해충 증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작물 재배 달력의 붕괴.
그 결과, 식량 자급률은 더욱 낮아졌고 수입 농산물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불안정한 글로벌 식량 가격에 휘둘리고 있다. 특히나 작은 섬나라나 물 부족 국가들은 극심한 기후 난민 문제를 겪고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제주도 해안선이 점점 바다에 잠기며 내륙 이주 정책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서울 일부 저지대 지역은 대형 펌프와 방재 시스템 없이는 거주가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기후 난민과 자원 전쟁: 새로운 전선의 시작
우리는 이제 전통적인 '전쟁'이 아닌 자원 기반의 전쟁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 곳곳에서 물, 식량, 토지 같은 기본적인 자원이 부족해졌고, 그 자원을 지키기 위한 군사적·정치적 갈등이 늘고 있다.
특히 ‘물’은 2025년 기준으로 석유보다 더 가치 있는 자원이 되었다.
국제 사회에서는 물 거래 시장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으며, 몇몇 기업들은 이미 물 공급권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한국도 해외에서 깨끗한 물을 들여오기 위해 수자원 수입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각 지방정부는 자체 정수 인프라 개발에 수천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수도요금은 2년 사이 3배 가까이 상승했고,
일부 지역은 하루 6시간만 물을 공급하는 ‘시간제 급수’를 도입했다.
상하수도 민영화를 둘러싼 찬반 논쟁도 격렬하다.
기업은 사내 물 사용량을 공개해야 하며, ESG 기준 중 ‘W’가 새롭게 포함되었다.
이러한 자원 위기는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부유한 사람들은 깨끗한 물을 사서 마시고, 수입 유기농 식품을 소비할 수 있다.
하지만 저소득층은 저질 수돗물과 폭염 속에서의 노동을 감수해야 한다.
자원의 불균형은 이제 단순한 '생활의 불편'이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기후 난민 문제는 국경을 초월하는 인도주의적 이슈로 부상했다.
방글라데시, 투발루, 인도 남부 해안 지역 등에서는 연간 수십만 명씩 거주지를 잃고 있으며, 주변 국가로의 이주는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기후 난민 수용 정책을 검토 중이지만, 정체성과 경제 논리 사이에서 깊은 논쟁에 빠져 있다.
새로운 삶의 방식: 적응과 전환의 시대
기후 위기의 시대, 인간은 그 변화에 무기력하게 휩쓸리기만 할 것인가?
다행히도 우리는 변화에 '적응'하고 있으며, 동시에 '전환'을 위한 시도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도시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건물 외벽은 햇빛 반사율이 높은 고반사 소재로 마감되고, 도시 숲과 초록 지붕이 의무화되었다.
모든 새 건물에는 빗물 저장 장치가 기본으로 설치되고,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 자립 시스템이 법제화되었다.
쿨링 쉘터와 열섬 완화형 포장 도로는 이제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있다.
교통도 달라졌다. 내연기관 차량은 대부분 도심 진입이 금지되었고, 전기차와 수소차 전용 구역이 생겼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이동하지 않는 삶’의 등장이다.
기후 요인으로 외출을 줄이고,재택근무, 원격 교육, 온라인 소비가 중심이 된 라이프스타일.
일명 "로컬 생존주의"가 확산되며, 동네 중심의 소규모 자급 자족 경제 생태계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교육과 문화 역시 변화하고 있다.
기후 위기를 반영한 교육과정이 확대되었고, 어린이들은 탄소중립, 기후 기술, 자원 윤리를 배우며 자란다.
영화, 드라마, 게임 속 세계관도 ‘기후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예술은 위기를 반영하고, 위기에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삶의 상상력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 모든 전환의 배경에는 시민의식의 진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기후 문제를 정부나 과학자의 몫으로 여기지 않는다.
‘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부터 시작하자’는 움직임이 지역 커뮤니티부터 기업, 행정, 정치 영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2025년, 우리는 더 이상 "기후 변화가 올 것인가"를 논하지 않는다.
기후 변화는 이미 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꾸고 있다.
기후 위기 이후의 사회는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지혜롭게, 그리고 얼마나 협력적으로 대응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수 있다. 적응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생활방식, 가치, 정치 시스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개인은 소비 방식을 바꿔야 하고, 기업은 진짜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야 하며, 국가는 더 이상 미래 세대의 희생을 조건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기후 변화는 우리에게 재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이 탐욕에서 협력으로, 소비에서 생존으로, 속도에서 지속가능성으로 전환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2025년의 지구는 위기 속에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명으로 나아갈 가능성의 문턱 위에 서 있다.